[칼럼]도서관을 짓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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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햇살 아래의 조용한 서점

가을, 서점에서 발견한 이정표

어느덧 선선한 바람이 스치는 가을이 찾아왔다.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 부르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이유를 굳이 대지 않더라도, 높고 기분 좋은 하늘 아래 마음을 정돈하며 책 한 권쯤 곁에 두기에 가을이 최적의 계절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주말을 맞아 북적이는 대형 서점을 찾으면 서가를 빼곡히 채운 수많은 책을 마주하게 된다. 카테고리별로 분류된 책들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세상에 태어난 아이를 맞이하는 육아 지침서부터 아기자기한 그림동화, 학창 시절의 치열했던 열정과 서툰 고민이 담긴 수험서와 에세이, 그리고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다정한 안식의 책들에 이르기까지, 서점 안에는 인간 삶의 전 생애가 하나의 정갈한 이정표를 그리며 펼쳐진다. 그 수많은 서적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사람의 한평생이란 저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가득 찬 ‘단 하나의 도서관’을 지어가는 여정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쌓은 탑

한 사람이 짓는 평생의 도서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만의 도서관을 짓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따스한 품에서 읽던 첫 그림동화로 도서관의 기초가 놓이고, 청소년기의 풋풋한 기억과 눈물 나는 노력, 때로는 아픈 실패와 좌절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서가에 쌓여간다. 그리고 사회라는 거친 바다로 나오면서 삶의 무게를 견디고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 역시 묵직한 기록으로 남게 된다.

우리 마음 속에 신축한 도서관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을 때마다 확장 공사를 거친다. 축복을 통해 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룰 때,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의 서가가 연결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가 태어나고 자랄 때면 도서관은 또 한 번 깊고 넓은 증축 공사를 시작한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써 내려가는 이야기들은 도서관을 더욱 풍요롭고 다채롭게 채워나간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황혼의 언덕에 접어들면, 도서관의 서가는 한층 조용하고 정갈해진다. 혈기와 조급함은 저물고,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지혜와 차분한 은혜가 서가 구석구석에 따스하게 스며든다.

온 가족이 함께 책장을 정리하는 모습

사라지는 도서관, 이어지는 지혜

아프리카 옛 속담 중에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이 일평생 축적해 온 귀한 경험과 지혜, 하늘을 향한 눈물겨운 정성이 그만큼 묵직하고 소중함을 비유한 표현이다.

실제로 사람이 생을 마치면 그가 평생 공들여 세운 지상의 도서관 역시 자취를 감추는 듯하다. 그러나 섭리의 역사 안에서 이 도서관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앞선 세대가 쌓아 올린 정성과 지혜의 서가는 다음 세대가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하늘부모님과 참부모님의 가르침을 품고 개척의 길을 걸어온 축복가정들의 삶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섭리 도서관’이었다. 그들이 쌓아 올린 땀과 눈물의 기록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 미래세대가 새롭게 이어받아 지어갈 도서관의 단단한 기초석이 되고 있다.

할아버지와 소녀가 서로 책을 건네주고 있다

나의 도서관을 채울 책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도 매일 삶이라는 도서관에 새로운 페이지를 적어 내려가고 있다. 머지않아 완성될 내 삶의 도서관을 과연 어떤 책들로 채울 것인가는 전적으로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나의 경험만을 고집하는 아집과 타인을 내려다보는 교만의 글로 채울 것인가, 아니면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따스한 경청과 하늘을 향한 변함없는 믿음의 기록으로 채울 것인가.

선선한 가을날, 영혼의 서가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앞선 세대가 남겨준 숭고한 신앙의 유산을 발판 삼아 오늘 하루도 경청과 온전한 사랑의 이야기로 마음 속 도서관을 차분히 채워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햇살 속에서 책장을 바라보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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