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는 러닝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공원과 강변은 달리는 이들로 붐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부터 크루에 참여해 함께 땀 흘리는 사람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5km, 10km를 넘어 하프와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어난다.
오늘날 사람들은 왜 이토록 달리기에 열광할까?
인공지능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인간의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다.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고 편리해질수록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직접 몸을 움직이며 인간다운 행복을 느낀다.
달리기에는 지름길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도 나를 대신해 숨을 헐떡이며 달려줄 수는 없다. 출발선에서 결승선까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일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이겨내고 결승선을 통과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깨닫고 그 가능성을 발견한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오랜 세월 달리기를 이어왔다. 그는 저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달리기를 단순한 운동이 아닌, 자신을 단련하고 삶의 리듬을 유지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 정한 목표를 향해 한계를 마주하는 것. 그에게 달리기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가는 순수한 여정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달리기에서 발견하는 이 소중한 의미는 참부모님께서 오래전부터 말씀으로 강조하신 바 있다. 섭리의 길을 걸어오시며 달리기와 마라톤을 비유로 들어 삶의 자세, 목표를 향한 결의,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마음에 대해 여러 차례 전해주셨다.
“백 미터 달리기하고 마라톤하고 같아요? 마라톤은 생명을 걸고 뛰어야 돼요, 먼 데를. 생명을 한계로 삼아 가지고 쓰러지느냐, 남느냐 이거예요.”
— 2007-01-20, 천정궁 참부모님 말씀
“백 미터를 달리는 선수들이 스타트 라인에 서게 될 때는 나는 천 미터를 뛰는 것이 아니라 백 미터를 뛰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천 미터의 개념은 필요 없다 이거예요. 그래서 백 미터를 달리기 위해 모든 정력을 투입해야 된다구요. 거기에 몸 따로 마음 따로 있어 가지고는 백 미터 챔피언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스타트 라인에서 출발하게 될 때 ‘나는 3백 미터다, 5백 미터다, 마라톤 선수다’ 하는, 자기의 해당되는 것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 1984-04-01, 본부교회 참부모님 말씀

달리기에서 중요한 점은 달려야 할 거리를 정확히 알고 출발하는 일이다. 100m 단거리 선수가 마라톤처럼 속도를 조절하면 좋은 기록을 낼 수 없고, 마라톤 선수가 초반부터 전력 질주하면 완주할 수 없다.
우리의 삶과 섭리 노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때로는 눈앞의 과업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하고, 때로는 오랜 시간을 견디며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가야 할 길을 바로 정하고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집중이 필요하다.
“여러분, 운동장에서 백 미터 달리기해 봤어요? 출발선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심각하다는 거예요. 알겠어요? ‘탕’ 하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심각한 나머지 숨도 잘 못 쉰다는 것입니다. 뛰어 본 사람은 안다구요. 그런데 헐떡헐떡거리는 사람은 벌써 볼 장 다 본 겁니다. 몸과 마음 모든 전체가, 생활과 행동과 결의와 모든 표준이 이 시점에 전부 다 집중되어야 됩니다. 1초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렇지요? 1초가 문제라는 거예요.?
— 1972-06-05, 중앙수련소 참부모님 말씀
출발선에 선 선수에게는 하나의 목표만 남는다. 찰나의 순간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전 감각을 집중한다. 참부모님께서 강조하신 자세 역시 이러한 단호한 결단과 전력 투입이다. 관념에 머물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삶이다.
돌이켜보면 참부모님의 섭리 노정 자체가 이러한 달리기의 연속이었다. 눈앞의 과업에는 모든 정성을 쏟으셨고, 인류 한 가족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서는 단 한 순간도 걸음을 멈추지 않으셨다. 때로는 100m 선수처럼 모든 것을 투입하시고, 때로는 마라톤 선수처럼 수많은 난관을 넘어 끝까지 완주하셨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도, 목표를 목전에 둔 마지막 구간에 들어선 이도, 긴 여정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달리다 보면 누구나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그럴 때 필요한 자세는 처음 출발선에 섰을 때의 초심이다. ‘무엇을 위해 이 길을 선택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매일 내딛는 작은 한 걸음과 정성이 모여 바라는 미래를 만들어간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라, 달려야 할 길을 바로 알고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느냐다.
오늘,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