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의 청산별곡] 유명산을 아시나요? 가을이 유명한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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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오카

본 콘텐츠는 WithU의 객원 에디터가 일상 속에서 만난 소소한 풍경과 여행, 맛집, 다양한 삶의 경험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기획 원고입니다. 바쁜 흐름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수려한 이야기와 삶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나누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저마다의 결을 지닌 이야기들이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작은 쉼표와 따뜻한 울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객원에디터 오카입니다.
오카(岡)는 제 이름인데요, 일본어로 ‘언덕’이라는 뜻입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야마(山)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던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보니 岡이라는 글자 안에 山이 들어 있더군요.
이름 속에 이미 산을 품고 있었던 겁니다.

이름 이야기는 이쯤 하고,
지난 10월에 다녀온 가평 유명산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산이 부릅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괜히 산이 생각나는 법이지요.
10월의 어느 화요일, 유명산에 혼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주말 사이 내린 가을비가 저보다 한발 먼저 산에 다녀갔더군요.
나무에 남은 단풍보다 발밑에 깔린 낙엽이 더 많았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낙엽을 밟으며 걷는 것도 가을 산만이 주는 호사지요.

틈새상식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1989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자연휴양림입니다.

열두 걸음만 더

이번에는 조금 욕심을 내서, 경사가 있는 빠른 길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거리는 2.4km 남짓인데, 생각보다 훨씬 가파르더군요.
숨이 턱끝까지 차서 몇 번이나 주저앉고 싶었습니다. 역시 산은 만만한 법이 없습니다.

그때 문득 떠오른 말씀이 있었습니다.

“산에 올라가서 등산을 하면서도 남들은 다 쉬더라도 나는 올라가서 하나, 둘, 셋, 넷… 열둘까지, 한 발짝이라도 더 딛고 쉬는 것입니다. 그것이 생활철학입니다.” – 문선명선생말씀선집 253권 49쪽 (1994.1.1, 국제 연수원)

그래서 쉬고 싶을 때마다 속으로 세었습니다.
하나, 둘, 셋… 열둘. 딱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석이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정상석 앞에서 혼자 기쁨의 세리머니를 했는데,
바로 옆에서 도시락을 드시던 등산객 분과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산 위에서는 기쁨도 조용히 누려야 한다는 것을, 그날 배웠습니다.

해발 862m. 시계를 보니 54분이 지나 있더군요.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만은 참 뿌듯했습니다.

정상 근처에는 억새가 한창이었습니다.
어찌나 억세게 피어 있던지, 바람이 불 때마다 은빛 억새가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데,
마치 여기까지 올라온 걸 수고했다며 인사를 건네는 것 같더군요.
단풍은 비에 조금 양보했어도, 가을은 여기 이렇게 남아 있었습니다.

틈새상식 유명산의 옛 이름은 마유산(馬遊山)입니다. 『동국여지승람』에 산꼭대기에서 말을 길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물소리 따라 내려오는 낙엽길

내려올 때는 일부러 약 4km의 계곡길을 택했습니다. 이게 신의 한 수였지요.
올라갈 때는 제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는데, 내려오는 길에는 계곡 물소리가 내내 따라오더군요.
비가 온 뒤라 그런지 물소리가 한층 더 시원했습니다.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마감 일정이며 쌓인 메시지며, 산 아래 두고 온 속세의 근심들이 하나둘 물살에 실려 떠내려가는 듯했습니다.

젖은 낙엽이 깔린 길을 사박사박 걷다 보니 마음까지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틈새상식 유명산은 약 5km에 이르는 계곡을 품고 있습니다.

뜻밖의 친구

내려오다가 바위 위에서 도마뱀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녀석은 인사도 없이 쪼르르 낙엽 속으로 사라지더군요.
혼자 걷는 길에 작은 벗이 생긴 것 같아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런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산을 사랑해야 되고, 그 다음에는 산에 자라는 나무를 사랑해야 되고, 산에 자라는 동물을 사랑해야 돼요. (…) 그 다음에 물을 사랑해야 돼요. 물 가운데 오만가지의 모든 생물이 살아요.” – 문선명선생말씀선집 412권 「산수원(山水苑)을 사랑하라」 (2003.7.15, 한남국제연수원)

계곡 물소리, 발밑의 낙엽, 그리고 저 작은 도마뱀까지.
산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정상만 보고 걸었던 건 아닌가 싶더군요.
이번 산행에서는 산에 사는 것들을 조금 더 사랑하는 법을 배운 듯합니다.

산에 다녀온 날의 밥

하산 후에는 돈가스와 김밥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씻고 앉아서 먹는 첫 입. 산에 다녀온 날의 밥은 어찌 이리 맛있는지요.
이것 또한 산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유명산 정리

  • 날짜: 2026년 10월 20일 (화)
  • 출발: 유명산자생식물원 쪽
  • 정상: 해발 862m
  • 오르막: 약 2.4km (경사 있는 빠른 코스, 54분 소요)
  • 하산: 약 4km 계곡길
  • 전체: 약 7.2km, 3시간 남짓
  • 오카의 한마디: 오를 땐 빠른 길로, 내려올 땐 계곡길로 천천히. 비 온 뒤엔 낙엽길 미끄럼 주의!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여러분도 가까운 산에 한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단풍이 졌다면 낙엽길이, 낙엽마저 졌다면 겨울 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산은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음에는 더 다양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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